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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하얀 박꽃 그리고 부드러운 박나물

서진35 2009. 9. 6. 20:39

며칠 전  밀양 산내면에 있는 친구 집 요셉농장을 찾아 갔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헤어져 나오려는데

손님들이 와서 고춧잎 등 다 가져갔다고 했습니다.

“니는 이거라도 가져가라”해서 달덩이만한 하얀 박을 한통 가져 왔습니다.

(사진은 찍지 않았는데 기회가 되면 찍어 보지요.))


가져 온 박은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두었다가 일주일쯤 뒤에 나물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박이 익으면 갈라서 바가지를 만들어 썼고

깨져서 금이 생기면 실로 꿰매서 마른 것을 담기도 했고

박이 덜 익었을 때는 박속을 캐내 나물로 해 먹기도 했지요.

 

친구집에서 가져 온 박을 보니 아직 덜 무른 연한 박이라 나물을 하기로 하고

박을 세로로 두 쪽, 그리고 네 쪽, 다시 여덟 쪽으로 갈랐습니다.

숟가락으로 박속에 든 씨를 덜어내고

박껍질은 감자껍질 벗기는 기구와 칼로 벗겨 냈습니다.


박속을 파내고 껍질을 벗긴 8등분 박은 칼로 납작하게 썰었습니다.

박이 너무 많아서 1/3만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박을 볶다가 

소금과 마늘을 넣고 물을 한 컵 부어 끓이다가

박이 물러지자 후추 깨소금 참기름으로 양념을 했습니다.

그런데 간을 보자 쓴 맛이 나서 꿀가루를 두어 숟갈 넣었습니다.


하얀 박나물이 맛있게 된 것 같아 접시에 담았는데

아들은 박나물이 쓰다고 먹지 않으려 하더군요.

“쓴 것도 몸에 좋으니 그냥 먹어라”

억지로 박나물을 먹였지만 약간 쓴 것을 제외하면

박나물은 나긋나긋 아삭아삭 아주 맛있답니다.


며칠 후에 딸이 와서

남은 박나물을 하면서 쓰지만 먹어라고 했지요.

옛날에는 박나물을 끈처럼 돌려 얇게 깎아 박고지를 만들기도 했다는군요.


가끔 시장에서 박을 사도 쓴 경우가 있다고

인터넷에 나와 있던데 이유는 잘 모른다더군요.

그래서 박나물은 미리 맛을 보아야 한답니다.


박나물에는 꿀가루를 서너 숟갈 넣어서 그런 대로 먹을 만했는데

딸의 말인즉 “껍질을 너무 얇게 벗긴 것 같네요.”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먹고 남은 박나물을 냉장고에 2~3일 두었더니 쓴맛이 다 날아가는지

그런대로 먹을 만했습니다.


박나물은 당질, 단백질, 미네랄(특히 칼슘이 많다), 미량의 비타민류를 함유하고 있어 영양 유지와 비만 해소에 도움이 되고 소갈증이나 이뇨효과도 높아 담석증에 효과적인 식품이랍니다.


어느 시인이 박꽃은 첫날밤을 시달린 신부의 애처롭고 그윽한 매무새라 하더이다.

더구나 박을 자르면 속은 희고 부드럽고 눈부신 속살을 들러내는데

그 귀한 모양새와 달리 왜 쓴맛이 나는지도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라도 박나물을 하실 분은 쓴맛이 나는지 미리 맛을 보고 껍질부분을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 하사가의 무용지용
글쓴이 : 하사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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